그간 메디키넷 약의 드라마틱한 효과에 푹 빠져 의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.
약 복용량을 20에서 30으로 증량했고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것, 식욕이 없는 것 외에 큰 부작용은 없었다.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빠듯해진 생활비 때문에 대출금 정도 벌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. 전에도 두 달 정도 해보았던 일인데 약 복용 후에 일을 다시 해보니 재밌고 능률도 올라갔다.

그러나 저번 주 그러니까 일을 시작한 지 2주째 되던 날이었다.
힘들어지기 시작했다.
정신이 없고 집중력도 약해졌고 자꾸 눕고 싶어 졌다. 약 복용은 꾸준히 하고 있는 상태여서 나의 상태의 대한 의심보단 그냥 피곤하구나 오래간만에 일 시작해서 적응이 안 되나 보다 워킹맘들은 참 대단하구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.
일은 엄청나게 하는데 효율은 안 나고 피로는 쌓이고 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오니까 멘털이 흔들렸다.

오늘 마침 약을 타는 날이어서 의사 선생님께 전보다 약 효과가 없는 것 같다. 집중력이 약해졌고 집중을 피하려고 딴일을 찾게 된다. 고 말씀드렸더니 약 효과는 점점 줄어드는 게 맞다고 말씀하셨다. 그럼 약 효과가 줄면 약을 먹으나 마나인가요? 여쭈니 약 용량을 늘려서 먹어보자 하셨다. 체중에 따라 늘릴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또 효과가 줄고 더 이상 용량을 늘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? 겁이 났는데 물어보진 못했다.
갈 때마다 공부는 하고 있냐고 물으시는데 일을 시작해서 못하고 있다고는 말 못 했고 자꾸 핸드폰을 보게 되고 집중이 너무 안된다고 하니 핸드폰을 왜 옆에 두냐는데 할 말이 없었다 하하
집에 걸어오면서 생각해봤는데 핸드폰을 안 보겠다는 일념으로 땅에 묻고 공부해도 핸드폰을 보고 싶은 충동이 오면 땅을 파서라도 봐야 해소가 된다고 충동을 참기 힘들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순간 멍해져서 그렇죠 하고 멋쩍게 웃고 나와버렸다 이 바보 멍청이!

하고 있는 일도 옐로카드를 받았다.
집에서 일을 하고 결과물을 가져다줘야 하는데 마감일을 맞추지 못했다.
사실 마감일이 있는 것도 몰랐다. 일 시작한 첫 주는 모른 상태에서 어쩌다가 마감일을 맞췄는데 두 번째 주는 정신없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일을 미루기도 했다. 이렇다 보니 회사 측에서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셨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며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다고 하니까 너무 느린 것 같다며 이렇게 하면 체력만 축나서 힘들어질 거라고 하셨다.
회사와 얘기를 마치고 정신과에 간 건데 약효과는 점차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니 저번 일주일 내내 힘들고 일의 효율이 현저히 떨어졌던 이유가 원래의 나로 돌아갔기 때문이었구나 하면서 슬퍼졌다. 약 없이는 아직 난 무력하는구나.
난 이번 생에 과연 성취라는 것을 해볼 수 있긴 한 걸까? 하면서 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.
약 효과를 본 드라마틱했던 첫 일주일이 쭉 이어질 거라 생각했고 약에 대한 강한 믿음이 다시 정신없고 무력한 돌아간 나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.

일단 약 복용량을 40mg으로 증량했으니 먹어보자. 약 효과를 너무 믿고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을 미루지 말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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